
80%가 텐트생활…일하면서 경비도 마련
“떠 나고 싶나요? 그러면 일단 두드리세요”
《경기 고양시에 사는 27세 동갑내기 부부 이성종, 손지현 씨는 2007년 6월∼2008년 7월 호주와 뉴질랜드를, 2009년 3∼10월 아프리카 10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두 바퀴로 달린 거리가 대략 1만500km에 이른다. 23일 만난 이 부부는 올가을 또 다른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반 백수인 남편 이 씨는 섭씨 15도의 따뜻한 봄 날씨에도 목 끝까지 지퍼를 채워 올린 갈색 겨울 재킷 차림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배도 나왔다. 멜빵바지 차림의 부인 손 씨는 여고생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뽀얀 피부의 앳된 얼굴에 해맑은 표정을 지녔다. 야생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을 헤집고 사막을 지나온 베테랑 여행가 커플이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있었다.》
①빠른 결단력=이들은 2004년 말 연애를 시작해 결혼까지 222일 걸렸다. 사귄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 당시 이 씨는 중앙대 기계공학과 2학년을 다니다 휴학한 뒤 공익근무 중이었고, 손 씨는 고려대 보건대를 갓 졸업하고 영양사로 취직한 상황. “질질 끌면 뭐하느냐”는 게 속전속결로 결혼한 이유다.
②융통성=둘 다 여행을 좋아해 장기여행을 계획했다. 원래 두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생각했으나 가격 대비 질을 생각하니 자전거 여행에 관심이 갔다. 그러자니 여행 기간이 2년은 돼야 할 것 같았다. 중국을 건너 유럽까지 가는 루트로 자료 수집과 장비 구입 등 1년을 준비했다. 하루 10달러로 여행하는 게 목표. 경비 마련에 골머리를 앓던 중 출발 며칠을 앞두고 한 친구에게서 호주는 돈을 벌며 여행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호떡 뒤집듯 호주로 여행지를 바꿨다.
③친화력=손 씨는 40대 기자에게 “32세? 참, 훈남이시네”라고 했다. 낯선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하는 손 씨의 놀라운 붙임성. 여행 중 거의 80%는 텐트 생활을 했던 이들에게 손 씨의 이런 성격은 큰 도움이 됐다. 방긋 웃는 손 씨에게 현지인들은 기꺼이 자기 집 앞마당을 야영지로 내줬다. 경찰서, 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④오기=호주, 뉴질랜드 여행을 끝으로 평범한 삶을 살려고 했다. 이 씨는 대기업 입사원서에 자전거 여행 경력을 부각시켰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손 씨는 “굉장한 경험이 취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둘은 여행과 생계를 접목해 성공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두 번째 여행지로 위험하다는 아프리카를 택한 것도 그런 이유.
⑤ 생존력=이 씨는 호주 여행을 앞두고 과외, 학원강사, 공사장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여행 경비를 모았다. 잡지사를 무작정 찾아가 여행기 연재를 약속받았고 호주 케언스에 도착한 뒤 3개월 동안 부부는 낮엔 호텔에서 객실 청소를, 밤엔 식당에서 주방 보조와 웨이트리스를 하며 경비를 모았다. 장비업체도 접촉해 아프리카 여행 때는 고가의 자전거도 후원 받았다.
⑥ 낙천성=모험은 불확실성이다. 이들은 기꺼이 그 속으로 몸을 던졌다. 손 씨는 강도와 사자가 자주 출몰하는 데다 바닥이 모래라 자전거를 끌고 10시간 넘게 모잠비크 국경을 넘을 때를 여행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라고 기억했다. 하지만 이 구간만 넘기면 세상에 어려운 건 없을 거라 생각하며 위기를 이겨냈다. 이 씨는 한 달 전쯤부터 모험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예산에 맞게 여행 계획을 짜주고 장비도 구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수입은 아직 별로지만 부부는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웃었다.
장 기간 모험을 떠나고 싶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들의 조언. △돈 문제일 뿐이라면 밀어붙여라. 새로운 길이 열린다. △현재 일에서 뛰어난 경력을 쌓아 공백기가 있어도 컴백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 △아웃도어 활동은 대세다. 모험 자체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널려 있다. △모험으로 얻는 마음의 성장은 몇 년간의 직장 경력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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