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보다 어렵다는 취업.
그런데 흔한 공인영어점수도 없이, 대학 졸업도 1년이나 남겨둔 대학생이 덜컥 유통업계 2위의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 출신도 아니고, 국가 공인 자격증을 가진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어떻게 취직했을까?
無 스펙(*스펙 : 취업시장의 은어로 토익점수, 출신대학 등을 이야기함) 대학생의 대기업 취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소문을 듣고 찾아낸 주인공은 바로 정해영(24살, 대진대학교 행정학 전공) 씨. 정 씨는 지난 23일로 삼성테스코의 정식 직원이 됐다.‘난다 긴다’하는 취업생들을 물리치고 바늘구멍을 뚫은 것이다. 다짜고짜 취업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 씨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군대 습관 덕분에”가 그 대답이었다.
궁금증이 맴돌았다. 우스갯소리로 보통 군대 경험은 취업의 주적(主敵)이라고 하지 않던가.
시간은 2007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군에서 갓 제대한 정 씨는 일찍 일어나던 군대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아르바이트직에 지원했다.
정말 군대에서 생긴 습관 때문이었을까? 정 씨는 그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무실로 오전 7시 정시에 알람시계처럼 출근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시각이다. 출근 뿐 아니라 근무태도에서도 정 씨는 유독 성실하다고 주변에서 입을 모은다.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삼성테스코 강정현 과장은 “정 씨가 입사 이후 2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7시에 출근했다”며 “처음에는 설마설마 하다가 나중에 사무실 직원들이 정 씨의 성실함에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출근 시간 뿐 아니라 근무 시간의 성실함도 혀를 내두를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청년 같지 않은 성실함이 정 씨의 무기였던 것이다.
2년간 꾸준히 이어진 정 씨의 성실함, 결국 삼성테스코에서는 그 보답으로 정 씨를 정규직으로 정식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삼성테스코에는 아르바이트직원 가운데 근무 기간이 1년 이상인 우수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는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테스코에서는 1년에 100명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그러나 일선 영업직이 아니 사무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경우는 처음으로, 삼성테스코에서도 파격이다. 처음에 인사팀은 정 씨의 채용에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 씨 채용을 적극 지원했다는 삼성테스코 PR사회공헌부문장 설도원 전무는 “대학졸업을 1년이나 남겨둔 정 씨에게는 파격적인 조건이었지만, 직장생활에서는 성실한 자세가 가장 중요한데 정 씨는 그 자세를 갖췄기 때문에 결국 채용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설 전무는 “삼성테스코는 앞으로도 인재를 얻기 위해 보다 다양한 채용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며, 각 영업망을 통해 7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스펙으로 취업한 정 씨의 취업스토리,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그 이야기 속에 요즘 젊은이들이 놓치고 있는 취업문을 여는 황금의 열쇠가 있는 것 아닐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