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 "우린 관심 없다"
효성그룹의 전격적인 인수의사 철회로 백지화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인 찾기가 다시 시작됨에 따라 어느 기업이 새로운 인수 후보로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25일 하이닉스의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하고 내년 1월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효성이 인수의사를 철회한 지 2주일 만에 결정된 재매각 작업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나 증권가에서 이런저런 기업들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기업은 예외 없이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점치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곳은 LG그룹이다.
LG그룹은 반도체사업을 10년간 해본 경험이 있는 데다가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할 여력을 갖췄다는 점 때문에 '타천'으로 유력후보 명단에 올라 있다.
하지만 당사자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1999년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기는 내용의 이른바 `빅딜'에 반대하다 좌절을 겪었던 구본무 LG 회장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굳이 우리가 하이닉스를 인수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메모리 분야도 설계를 우리가 하고 있고, 필요하면 다른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방식(파운드리)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위주인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과점 규제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막대한 투자 여력과 신사업 추진방침 때문에 대형 인수.합병(M & A) 때마다 '후보 1순위'로 꼽혀온 포스코도 '신중 모드'를 고수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신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철강 및 자원 유관 분야'로 한정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M & A 시장에서 하이닉스가 아닌 다른 매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일단 광범위한 해외 마케팅망을 갖추고 있으면서 해외자원개발 경험이 풍부한 대우인터내셔널이나 거대한 철강제품 수요처인 대우조선해양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 SK,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두산, 한화, STX, LS 등 다른 유력 기업들도 하이닉스 인수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유력 후보군이 모두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하이닉스가 포스코나 KT처럼 경영권을 독점적으로 행사는 대주주가 없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측은 내년 1월 말까지 적당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보유지분(28.07%) 가운데 일부를 `블록세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그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만약 매각이 어렵다면 채권단의 일부 지분만 남겨놓고 나머지 지분을 기관투자자에게 분산시켜 적대적 M & A를 방어하되,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철저히 비밀리에 막후 협상이 진행되는 M & A 시장에서는 의외의 인수 후보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1차 매각을 추진할 당시의 효성처럼 전혀 뜻밖의 인수 후보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곧바로 재매각에 나선 것으로 볼 때 인수 가능성이 큰 후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M & A 속성상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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